[경제지표 가이드] 임금 상승률은 둔화됐는데 소비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 미국 '소매판매(Retail Sales)' 지표를 읽는 법

안녕하세요. 미국 현지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쉽고 정확하게 풀어드리는 현지 K-리포터입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미국의 임금 상승률(3.4%)이 둔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소비의 원천인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물가는 임금과 비용 변화의 영향을 받으며 일정한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최근 미국 경제를 보면 서로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용시장은 예전보다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소비는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 소비는 아직 강하다"는 의견과 "겉으로만 버티고 있을 뿐"이라는 의견이 공존합니다.

오늘은 미국 소비를 대표하는 소매판매(Retail Sales)지표를 중심으로, 숫자만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소매판매 지표에 숨겨진 착시 현상: "판매가 늘었다고, 소비가 강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연준(Fed)의 발표나 뉴스에서,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미국 경제가 여전히 튼튼하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낮게 나오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구나"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명목 금액

미국 상무부가 발표하는 소매판매(Retail Sales)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그대로 포함된 '명목 금액'입니다. 

즉, 소비자가 물건을 더 많이 사서가 아니라, 단순히 물가가 상승해서 영수증에 찍힌 총액만 커진 것입니다.

쉽게 말해, 작년에 마트에서 물건 10개를 100달러에 샀는데, 올해 물가가 올라서 물건을 똑같이 10개만 샀는데도 110달러를 지불했다면 소매판매 지표는 10% 증가한 것으로 찍힙니다. 

이것은 소비자가 소비를 늘린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물가가 올라서 지출 금액만 커진 '인플레이션 착시'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유가가 급등하여 주유소에서 돈을 더 많이 쓰게 되면 이 지표는 착시 현상으로 인해 더 높게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소매판매 증가율만 보고 소비가 확대됐다"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실질 소매판매(Real Retail Sales)

이럴 때 함께 확인해야 할 자료가 '실질 소매판매(Real Retail Sales)'입니다. 이 지표는 물가 상승 영향을 제거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소비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 소매판매 데이터를 함께 보면, 명목 소매판매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제 소비 흐름의 둔화 여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소비를 떠받치는 힘은 임금이다

소비는 결국 소득에서 시작됩니다.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팬데믹 이후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점차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임금 증가 속도가 낮아지면 가계의 소비 여력도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임금을 중요한 선행지표 가운데 하나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임금과 소비, 그리고 물가 사이에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미국 소비자들의 속사정: "내 지갑은 예전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오늘 아침(7월 8일)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 5,000건(215K)으로 월가 예상치(21.9만 건)를 약간 밑돌아 고용 시장은 겉보기에 멀쩡해 보입니다. 당장 대규모 해고(Layoff) 가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릅니다. 

해고는 당하지 않더라도 한 번 실직하면 새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 아직 직장이 없는 '지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어떻게 소비를 유지하고 있는걸까요?  

일부 가계는 기존 저축을 사용하거나 신용카드 등 소비자 신용에 의존하면서 지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장기간 지속되면 가계의 재정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개인 저축률 추이. 개인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여주는 FRED 데이터.


출처:미국 세인트 루이스 연준 경제 데이터(FRED)

최근 미국에서는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등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가계의 신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 추이. 가계의 신용 부담 변화를 보여주는 FRED 데이터

출처:미국 세인트 루이스 연준 경제 데이터(FRED)


4. 개인의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아직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소비의 내용은 분명 달라지고 있습니다.

벌어들이는 소득의 증가 속도는 둔화됐고, 쓸 수 있는 돈도 한계에 달한 미국인들은 필수적인 지출인 기름값, 식료품, 공과금 등을 제외한 외식, 쇼핑, 가전제품 등의 지출을 줄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즉, 개인의 소비 규모보다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5. 대형 유통 기업의 실적에서도 소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방식의 변화는 미국인들이 매일 찾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Walmart), 타겟(Target), 코스트코(Costco)의 실적을 종합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됩니다. 

가전제품, 가구, 명품 같은 '값비싼 소비재처럼 구매를 미룰 수 있는 품목은 성장세가 둔화되는 사례가 보이고,

일부 소비자는 유명 브랜드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예를 들면, 코스트코의 Kirkland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도 늘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 필수적인 '식료품과 생필품'등의 매출은 겨우 기존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소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가격과 필요성을 더욱 꼼꼼하게 따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는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기보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더욱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6. 국제유가의 변동은 미국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도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 유가가 오르는 것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여 하루 이틀이 지나면 주유소에서의 가격도 바로 상승합니다. 

현지 소비자들은 되도록이면 싼 주유소를 찾아 주유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와 운송비 부담이 커지고 이는 분명 가계 소비에 영향을 줍니다.

  • 반대로 유가가 안정되면, 소비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가격 변화가 앞으로 발표될(7월 14일)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일정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유가만으로 물가와 금리 방향을 판단하기보다는 임금, 소비, 고용 등 여러 경제지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

최근 미국의 소비는 여전히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이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임금 상승세는 완만해지고 있고, 소비자들은 "얼마를 지출할 것인가 보다 무엇에 지출할 것인가"를 더욱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소매판매 수치만 보기보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와 임금, 저축률, 신용카드 사용, 에너지 가격, 소비 패턴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미국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자료를 함께 확인하세요.

  • 소매판매(Retail Sales)
  • 실질 소매판매(Real Retail Sales)
  • 개인 저축률(Personal Saving Rate)
  • 임금 상승률(Average Hourly Earnings)
  • 소비자물가지수(CPI)
  •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


✍️ 현지 K-리포터의 한마디

미국에 살고 있는 저 역시, 그리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시는 여러분 모두 앞으로 발표될 소비와 물가 관련 지표를 함께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소비는 미국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축입니다. 따라서 소매판매와 소비 패턴의 변화는 앞으로 발표될 CPI와 PCE, 그리고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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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미국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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